타자기의 추억 – [가볍고 짧은 이야기]

타자기의 추억

현우철

처음 타자기를 접했을 때가 어렴풋이 생각난다.

다짜고짜 타자기를 사달라고 떼를 쓰며 어머니를 한참동안 졸랐던 적이 있었다. 아마도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컴퓨터가 요즘처럼 대중화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컴퓨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 시절이었다.

그때는 내가 왜 그렇게 타자기를 갖고 싶어했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졸랐던 것일까. 결국 어머니는 내가 타자기를 살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다. 타자기가 집으로 배달되던 날, 설레는 마음으로 타자기를 받아들고 얼마나 기뻐했던가.

수동 타자기였는데 자음과 모음, 받침을 누를 때마다 글자가 종이에 바로 찍혀 나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자판을 누를 때마다 장치가 움직여 리본을 때리면 글자가 종이에 찍히는 방식이었다.

타자기 자판은 컴퓨터 자판과 비슷하게 생겼다.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면 타자기 자판은 계단식으로 돼 있고 누를 때의 느낌이 다르다는 점이다. 지금 기억으로는 컴퓨터 자판을 치는 것보다 손가락에 힘이 더 많이 들어갔던 것 같다. 하지만 손끝의 감촉은 참 좋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재미도 있고 신기했다. 글을 쓰는 것도 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쓰다 보니 불편한 점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음과 모음만 들어 있는 글자는 타자를 치기에 편했지만 받침이 들어가면 치기가 어려워지고 힘이 들었다. 게다가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받침이라도 쓰려고 하면 직접 만들어서 찍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국내 대부분의 작가들이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썼는지도 모른다. 이에 비해 외국 작가들은 대다수가 타자기를 썼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알파벳은 받침이 없다 보니 대소문자만 구분하면서 계속 써나가면 되기 때문에 펜보다는 타자기가 훨씬 더 편리했을 것이다.

알파벳을 손으로 쓰려면 필기체로 쓰는 것이 빠르다. 하지만 많은 양의 글을 필기체로 쓰다 보면 나중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 글을 쉽게 읽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외국 작가들은 사람들이 읽기 쉬운 인쇄체로 찍히는 타자기를 많이 썼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에는 컴퓨터와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글을 쓰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그래서 한글도 빠르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자판만 제대로 익혔다면 컴퓨터로 글을 쓰기에 큰 불편은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15년 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옛날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15년 후에는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것도 타자기처럼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가 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0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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